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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09 21:08 수정 : 2010.02.09 21:08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7개 특별·광역시의 구의회를 2014년부터 없애기로 국회 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그제 잠정합의했다. 자치구를 준자치구로 변경해 구청장은 지금처럼 민선으로 하되, 구의회 기능은 시의원이 대신 맡도록 한다는 게 합의안의 뼈대다. 하지만 기초의회 존폐는 지방자치의 근간에 해당하는 문제다. 이런 사안을 국회가 이렇다 할 공론화 과정 없이 불쑥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국회 특위 소위는 구의회 폐지의 첫째 논거로 특별·광역시의 자치구는 지방자치를 할 만한 고유 사무가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치구의 심각한 재정난을 고려할 때 구의회 폐지가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행정 효율성만을 내세우고 지방자치의 근본 원리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민들이 일상적 민원을 기초의원을 통해 대변하기 쉽다는 점에서, 주민 대표기구로서 구의회의 위상을 낮춰볼 일이 아니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하더라도 선출제 구의회는 유지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의원이 구의회 기능을 대신 맡는다지만, 시정을 견제하도록 뽑힌 시의원이 구정을 살핀다는 것은 체계상 맞지 않는다. 비용 측면도, 주민 참여 축소에 따라 발생할 ‘민주주의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눈앞의 인건비만 따질 일이 아니다.

국회 특위 소위에선 특별·광역시 자치구들의 통합을 촉진하는 차원에서도 구의회 폐지 필요성이 거론됐다고 한다. 통합에 찬성한 자치구에서만 구의회를 없앨 경우 통합하지 않는 자치구와의 형평성 시비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구의회를 없애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행정구역 개편의 성과 만들기에 급급한 잘못된 발상이다. 자치구 통합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주민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의회부터 없애자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일처리 방식이다.

의원 자질이 낮거나 토호들의 친목모임으로 변질했다는 등 구의회 운영상의 문제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른 개선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접근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행정체제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은 모색해야 하지만, 지방자치를 성가시게 생각하고 행정 효율만 중시하는 관료적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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