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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11 21:56 수정 : 2010.02.11 21:56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의 싸움이 어지럽다. 같은 당인데도 대화는커녕 대놓고 ‘강도’니 아니니, 사과하라느니 않겠다느니 막말 다툼이다. 현직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감이 직접 대거리를 하는 꼴이니, 지켜보는 국민으로선 불안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말다툼에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부질없긴 하다. 그러나 따지자면 이 대통령의 잘못을 먼저 물을 수밖에 없다. 그는 엊그제 충청북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말했다. ‘강도’라는 비유가 청와대 설명대로 급변하는 국제환경 따위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세종시 수정안 발표 뒤 대통령이 처음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니 누가 봐도 수정 반대론에 대한 불쾌한 심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외부 여건을 핑계삼아 국론 통일 따위를 강조하며 정당한 반대를 봉쇄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자주 써먹던 수법이다. 그렇게 반대론을 매도하고 입을 틀어막겠다는데 반발하지 않을 수는 없다.

청와대가 사과 요구로 문제를 덧내려 드는 것도 볼썽사납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집안에 있는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했다는 식의 직설적 비유로 대통령을 겨냥한 것은 지나치다. 그렇다고 해서 세종시 수정 반대론을 강도의 공범 따위로 비난하는 것이 옳을 순 없다. 이 대통령이 일반론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하는 것도 유치해 보인다. 대통령이 국정을 이렇게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박 전 대표의 사과를 고집한다면 아예 판을 깨려는 따위의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된다.

애초 이런 논란은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서 비롯됐다. 그는 수정 반대론에 귀기울이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방적 홍보만 있었을 뿐이다. 당 안에서도 박 전 대표와 직접 이 문제를 놓고 대화한 흔적은 없다. 주변에서도 강경론만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말싸움만 있었을 뿐 소통은 없었다. 세종시 문제 말고도 국정 곳곳에서 양쪽의 접점 없는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불안을 여권이 스스로 빚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논란의 화근인 세종시 수정부터 접고, 소통을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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