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12 17:47
수정 : 2010.02.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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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이 공개한 영상 ‘기자 김인규를 말한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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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이 이른바 ‘김인규 비디오’를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김진우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에게 감봉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회사 쪽은 ‘성실 의무 위반’과 ‘콘텐츠 유출’ 등을 징계 이유로 들었지만, 공정 방송을 위해 싸우는 기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비디오는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특보 출신인 김씨가 지난해 11월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되자 기자들이 자질 검증 차원에서 ‘기자 김인규를 말한다’는 제목을 달아 공개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비디오에는 김 사장이 과거 기자 시절 전두환·노태우씨와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을 노골적으로 편들었던 보도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새 사장의 과거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한국방송을 권력으로부터 지킬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이 문제를 공론화시켰다고 밝혔다. 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공적인 인물에 대한 검증과 그 결과의 공론화는 언론인의 의무다. 오히려 문제는 이 작업이 한국방송 전파를 통해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래서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이용해야 했다.
이들이 없는 내용을 조작한 것도 아니고 비밀 자료를 몰래 빼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방송 쪽이 ‘콘텐츠 유출’, ‘저작권 위반’ 따위의 꼬투리를 내세워 징계하는 건 졸렬하고 염치없는 짓이다. 김 사장이 지난 시절 소신에 따라 독재정권을 찬양했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 혹시라도 과거 행적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비디오를 공개한 기자를 징계할 것이 아니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정 방송을 위해 애쓰는 기자들을 이런 식으로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한국방송 기자협회가 성명을 통해 지적했듯이, 기자들의 정당한 활동을 억압할수록 공정 방송을 위한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한국방송 전체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됨은 물론이다.
한국방송은 당장 김 협회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기자협회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공영방송 경영진이라면 해야 할 최소한의 조처다. 김 사장 또한 지금 자신이 과연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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