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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 핑계로 선거 앞둔 정당 옥죄기는 이제 그만둬야 |
경찰이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의 정치활동 의혹을 수사한다며 연일 좌충우돌을 계속하고 있다. 수사를 시작할 때는 조합원 290여명의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가 문제라더니, 이제는 민노당 당원 3만여명 전체의 당비 입금 내용과 당원 명부를 압수수색하겠다는 등 대놓고 민노당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이번 수사는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조사 결과를 꼬투리 삼아 시작된 ‘기획수사’라는 의심을 받던 터다. 시국선언 공무원에 대한 조사가 전교조·전공노 옥죄기에 이어 민노당 들쑤시기로 이어지는 꼴이니, ‘표적수사’란 반발은 당연하다.
경찰의 수사는 이미 도를 넘었다. 경찰과 검찰은 민노당 명의의 자동이체서비스 계좌의 모든 입금내용을 들여다보는 압수수색영장 등을 여러 차례 냈으나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수사 대상 290여명의 계좌를 추적해 출금 사실이 확인됐다면 굳이 입금 사실까지 들여다볼 필요는 없으며, 이번 사건과 무관한 모든 당원의 당비 납부 명세까지 살필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런 판단은 정당하다. 경찰과 검찰 뜻대로 야당의 금고와 장부 안을 정권이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되면 국민의 정치활동 자유는 크게 위협받게 된다. 이는 정당의 존립 근거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정치사찰이며, 공권력의 심각한 남용이다. 몇몇 공무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정당의 행정상 절차 누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일이다.
경찰의 여론 호도도 심하다. 경찰은 민노당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계좌’를 통해 거액을 운용하고 이 중 일부가 민노당 지도부로 흘러들어간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의 계좌는 오랫동안 공개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그 돈은 선관위 등록 계좌로 옮겨졌다고 한다. 후원금이 넘어갔다는 의원 계좌도 선관위에 신고된 공식 계좌로,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경찰은 마치 음습하고 부도덕한 불법자금인 양 일부 신문을 통해 여론몰이를 했다.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표한 위법행위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검찰과 경찰이 민노당과 전교조 등을 겨냥해 무리하게 압박을 가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사가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이미 파다하다.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수사는 하루빨리 끝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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