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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있는 지자체일수록 소극적인 초·중등 무상급식 |
초·중등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문제가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교육감 후보들이 무상급식을 공약하고 나선 데 이어 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등 야당 후보들은 물론 일부 여당 후보들까지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도지사와 의회의 방해로 무상급식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사태를 겪은 지 일년도 채 안 돼 상황이 이렇게 급변했다.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다. 무상급식 파동 당시 설문조사에서 경기도민의 90% 이상이 지지했을 정도로 무상급식은 전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안이 됐다.
일부에서는 바로 이런 이유를 들어 무상급식 공약이 포퓰리즘에 터잡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전국 초·중 학생에 대한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하려면 연간 1조8000억원이란 예산이 드는데, 재원 염출 방안은 생각도 않은 채 공약을 내거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재원 문제를 거론하며 무상급식 공약에 제동을 거는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 한나라당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학교급식네트워크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의 지난해 급식 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재원을 이유로 무상급식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는 전북이 최고 수준의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했다. 반면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을 비롯해 인천·대구·울산 등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도시는 단 한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학생 1인당 급식비 지원액도 전북이 가장 많았고 서울은 울산에 이어 바닥에서 둘째였다.
무상급식은 재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급식 지원에는 그토록 인색하지만 시 외관을 치장하는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는 지난 4년간 8조원가량을 쏟아부었다. 서울에서 중학생까지 모두 무상급식을 하는 데는 이 예산의 5분의 1이면 충분하다.
어쨌든 올해 지자체 선거에선 무상급식이라는 쟁점을 비켜가기 어렵게 됐다. 우리 2세들에게 보편적 교육복지를 제공하는 것과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드는 일 가운데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일은 이제 유권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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