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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두 정당이 기초의원 싹쓸이하려 해서야 |
광역자치단체 의회들이 기초의회 의원 선거구를 소수 정당에 불리하도록 바꾸는 선거구 획정안을 잇달아 통과시키고 있다. 인천시 의회는 엊그제 인천 구·군의원 선거구 31곳 가운데 4인 선거구 8곳을 모두 2~3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와 대구시 의회도 최근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갰다. 광주시 의회는 4인 선거구 6곳을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조례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선거구를 이렇게 쪼개면 소수 정당과 신진 인사의 의회 진출이 어려워지고 지방자치의 다양성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개편론자들은 선거구가 크면 의원의 지역 대표성이 떨어지고 선거비용도 많이 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정 정당에 의한 일방적인 지방의회 지배구조다. 인천시 의회의 경우 의원 33명 가운데 32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서울시 의회는 99명 가운데 93명이, 대구시 의회는 29명 가운데 28명이 한나라당이다. 광주시 의회는 17명 가운데 16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특정 정당의 의석 싹쓸이와 이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실종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덮어둔 채, 소소한 실무적 불편을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인 선거구 폐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위주의 기득권 굳히기일 뿐이며, 지방자치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는 우려스럽기만 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그제 라디오 연설에서 중선거구제인 현행 기초의원 선거구제를 아예 소선거구제로 환원시키자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영호남권의 경우 특정 정당의 싹쓸이 양상이 국회의원과 광역의원을 넘어 기초의원으로까지 확산될 게 뻔하다. 지역당 구조의 폐해 개선책을 고민해도 부족한 터에 이를 부채질할 주장을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민주당과 광주시 의회의 움직임도 납득하기 어렵다. 인천시와 대구시 의회에서 소수 민주당 시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처사를 “지방자치 파괴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당이 지배하는 광주시 의회는 똑같은 의안을 소수 정파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붙이려 한다.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의회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 지고 퇴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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