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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17 20:29 수정 : 2010.02.17 20:29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엊그제는 이승훈 선수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장거리인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더니, 그제와 어제는 모태범과 이상화 선수가 남녀 500m에서 금메달을 석권했다. 육상의 꽃인 100m에 해당한다는 남녀 빙속 500m를 한 나라가 차지한 것은 올림픽 역사상 한국이 처음이다. 감탄스럽고 장한 일이다.

이들의 쾌거에 세계는 물론 우리 국민도 놀라고 있지만, 결코 기적도 이변도 아니다. 한국 빙속은 그동안 세계 정상을 거머쥘 만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만큼의 성과도 거뒀다. 그 저변에는 달라진 스포츠 문화가 있다.

쾌거를 이룬 세 선수는 스물한두 살의 대학 3학년생이다. 이들은 올림픽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경기에서는 당차게 맞섰고, 트랙 밖에서는 발랄하게 개성을 보이며 거침없이 할 말을 다 했다. 국가주의의 엄숙함이나 헝그리 스포츠의 악착스러움 대신, 정당한 경쟁을 즐기면서 성취를 만끽하는 신세대의 모습이다. 불가능을 모르는 그런 패기는 지도자와 선배들의 공이기도 하다. 지도자들은 예전의 강압적인 훈련 대신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맞춰가며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었다. 이규혁과 이강석 선수 등 선배들은 여러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후배들의 꿈과 자신감을 북돋웠다.

땀과 연구가 없었다면 그런 자신감도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은 하루 6시간씩 훈련에 매달렸다. 고강도의 체력단련에도 힘을 기울였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선수 개개인의 체력상태 등을 측정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가능하게 했다.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쇼트트랙의 곡선주로 기술을 스피드스케이팅에 접목해 불리한 체격조건을 기술로 만회하기도 했다. 총알 같은 반응속도, 강철 같은 근지구력 등은 모두 이런 과학적 훈련의 결과다. 여기에 쇼트트랙에 집중됐던 지원이 빙속으로 확산되면서, 국제대회 참가나 전지훈련 등 올림픽 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 국제규격을 갖춘 빙상장 등 기반시설을 갖춘 것도 62년 만의 빙속 금메달을 일군 배경이 됐다.

이번 쾌거는 이런 노력의 총체적 결실이다. 피겨의 김연아, 골프의 신지애, 수영의 박태환 선수 등 비슷한 또래의 세계 제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듭 되새길 만한 자랑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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