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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립영화 진흥기관 운영자 공모 다시 하라 |
독립영화 감독들이 독립영화 진흥기관 운영자 선정의 잘못을 지적하며 자신들의 영화 상영을 거부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편파적 업무행태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상영 거부 선언에는 지난해 관객 300만명의 흥행기록을 세운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 세계 유명 영화제를 휩쓴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등 모두 155명이 참여했다.
독립영화 전용관과 영화 교육기관인 영상미디어센터는 이제까지 독립영화인들의 대표단체인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영진위 위탁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독립영화 진흥의 전초기지 구실을 해왔다. 그런데 영진위는 지난달 하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한다협)와 시민영상문화기구(시민영상)를 두 기관의 새 운영자로 교체했다. 한다협과 시민영상은 고작 두세달 전에 만들어져 영화인들 사이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단체다. 영화 상영 기획이나 영화 교육 업무를 수행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운영자 선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선정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한다협과 시민영상은 영진위의 1차 공모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2차 심사에서 비슷한 자료를 내고도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시민영상은 문화미래포럼과 사실상 같은 단체이며, 심사에는 조희문 영진위원장과 다수의 문화미래포럼 관계자들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미래포럼은 이른바 뉴라이트 성향 단체로, 조 위원장은 이 포럼의 설립 발기인이기도 하다. 친정부 인사들이 앞뒤로 끌어주면서 문화계 밥그릇을 챙겨나가다가 마침내 독립영화 영역까지 접수하려는 모양새다.
독립영화인들은 새로운 영상언어를 만들고자 상투적인 영화 공식과는 거리를 두며, 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려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선언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도 치열한 실험정신으로 한계를 극복해 가려고 애쓴다. 이런 정신이 축적돼 <워낭소리>를 비롯해 독립영화의 도약이 막 이뤄지려는 시기다. 이런 마당에 정치적 코드 위주로 독립영화 진흥기관의 운영자를 바꾸려는 영진위의 행태는 영화인들의 독립성과 실험정신을 위축시키는 반문화적 처사이다.
영진위는 흠투성이인 공모 결과를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인사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모 절차를 투명하게 다시 진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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