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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저히 가려야 할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 의혹 |
이명박 정부 핵심 교육정책의 하나로 등장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올해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자사고에서 부정입학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이다. 서울 일부 중학교에서 대상자가 아닌 학생들을 교장이 추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은 자율형사립고를 귀족학교라고 비판하는 여론을 잠재우고자 교육과학기술부가 꺼내든 카드였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교육외적 조건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특별전형으로 자사고 정원의 20%를 뽑도록 명문화했다.
하지만 이번 입시에선 특별전형 정원의 15%에 해당하는 142명은 뽑지 못했다. 뽑힌 학생들 가운데서도 사회배려 대상자가 아닌 학생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무엇보다 일선 교육청의 안일한 대응 탓이다. 애초 경제적 배려 대상자 가운데 객관적 증빙이 불가능할 경우 교장의 추천만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한 것이 문제였다. 이미 이런 문제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교육청은 묵살했다. 부정을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의 취지를 번연히 알고 있는 일선 중학교와 자사고가 학부모들의 협잡에 눈감고 방조한 것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결국 이들의 합작으로 자율형사립고 입시제도의 신뢰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사안이 이렇듯 중대한데도 해당 교육청은 추천서의 적격 여부만 가리겠다고 한다. 안 될 말이다. 철저히 조사해 부정입학생의 입학을 취소해야 제도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려면 교과부가 나서서 관련 당사자들은 물론 해당 교육청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제도의 신뢰성을 위해선 정원 미달 사태를 빚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자사고 일반전형의 경우엔 내신 50% 안에 드는 지원자 가운데 추첨하도록 돼 있지만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은 성적순으로 뽑도록 했다. 이런 차별을 없애지 않으면 미달사태가 되풀이되고, 결국 그 비율을 줄이자는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이 전형방식을 통해 사회배려대상자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의 진정한 뜻이라면 이 기준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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