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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통 확인한 세종시 의총, 각본대로 가는가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이 느닷없이 ‘대화 단절 책임 소재’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회동 제의를 박 전 대표가 거부했다고 정몽준 대표가 그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말하자, 박 전 대표 쪽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며 정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세종시 해법과 관련해 이틀째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접점을 찾기는커녕 여권의 난맥상만 거듭 불거지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주호영 특임장관을 박 전 대표한테 보내 만날 뜻을 타진했다고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수정안에 대해 또 말할 텐데 그러면 만날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게 정 대표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쪽의 유정복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입장 차이만 확인하면 만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것이 될까봐 걱정된다”며 의견조율 창구를 자신으로 정했는데 진전이 없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만나서 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처음부터 박 전 대표뿐 아니라 각계 인사를 폭넓게 만나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정운찬 총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은 철저하게 뒤로 물러서 있는 태도를 보였다. 수정안을 확정한 뒤에야 박 전 대표에게 만나자고 했으니 무슨 의도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왜 박 전 대표와 만나지 않느냐는 눈총을 피하려는 제스처이자 진정성을 결여한 제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 대표의 처신도 문제다. 여당 대표는 당내 의견을 집약해 정부와 소통할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말 여당 세종시 특별위원회가 원안과 수정안 등을 두루 제시한 것을 정부가 무시했음에도 그는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청와대 얘기만 듣고 뒤통수 치듯이 박 전 대표 쪽 책임만 부각시키는 행태를 보였다.
이틀간의 의원총회를 통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심각한 소통 무능력만 재확인됐다. 여권 지도부가 세종시 수정 추진에 따른 갈등과 혼란상을 수습할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주류 일각에선 벌써부터 내달 초 의원총회를 마치고 표결로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나리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 지도부는 그렇게라도 당론을 변경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당론의 정당성은커녕 정치적 불신만 심화시킬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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