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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속임 사교육 경감대책, 전면 재검토해야 |
교육과학기술부는 어제 2009년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하면서, 총규모는 21조원을 넘었지만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고 강조했다. 3.4%인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은, 4.3%였던 2008년에 비해 낮은 것이며 이는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이 효과를 낸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그 자체로 억지에 불과하지만, 더 걱정스런 것은 이를 바탕으로 추진할 이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이다.
증가세를 제대로 비교하려면 비교연도의 물가인상률과 가계소득을 고려해야만 한다. 2008년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4.7%이고 2009년에는 2.8%다. 이를 반영하면 2008년 사교육비 총액은 0.3% 준 반면 2009년은 0.5% 늘었다. 또 하반기에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에는 경제가 2.2% 성장한 반면 지난해 성장률은 0.2%에 머물렀다. 결국 경제사정은 어려워졌는데도 사교육비 지출은 더 늘어난 셈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교과부가 증가율만 단순비교해 증가세가 꺾였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정부가 진정 사교육비를 절감할 의지가 있다면, 무엇보다 통계수치를 왜곡해 정책 성과를 분식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그 뜻을 정확히 분석해,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사교육비 지출은 왜 늘었는지, 학원교습보다 돈이 많이 드는 개인교습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기피하는 이유는 이제까지 사교육 대책이 실제로는 사교육 확대 정책임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올해 대폭 확대한 입학사정관 제도와 자율형사립고는 정부 주장과 달리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 소재지역의 과외 급증을 확인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조사 결과 등은 그 좋은 실례다. 또한 학원교습보다 개인과외가 느는 현상은 사교육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 정책은 공교육 현장을 사교육에 내준 눈속임이었을 뿐이다.
이번 사교육비 통계는 이명박 정부 사교육 대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육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이 할 일은 분명하다. 우선 엉터리 정책으로 국민 고통을 가중시킨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관련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부단히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창출하는 특목고와 자율고 정책을 크게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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