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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25 20:19 수정 : 2010.02.25 20:19

헌법재판소가 1996년에 이어 어제 또다시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사형제도 언젠가는 폐지해야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논리를 폈다. 그 14년 동안 38개 나라가 사형폐지 대열에 합류하는 등 모두 139개 나라가 법률적·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했다. 유럽연합은 이를 가입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제 사형제 폐지는 문명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지표다. 한국이 뒤처질 이유도 없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이미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의식의 고양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도 크다. 시대상황이 그렇게 바뀌었는데도 헌재는 과거에 머물렀다. 무슨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재가 합헌 결정의 이유로 내놓은 논리부터 시대착오적이다. 헌재의 다수의견은 사형제가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이며, 이를 통해 그런 범죄의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 심리에 터잡은 형벌은 근대 이전의 낡은 주장이다. 무서운 형벌로 범죄 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미 입증됐다. 권력이 ‘정당한 응보’를 내세워 멋대로 힘을 휘두를 위험도 있다. 실제로 현행법에서 사형 대상 범죄는 20여개 법률에 걸쳐 110여개 조항에 이르지만, 그 가운데 고의 살인 등 ‘극악한 범죄’는 고작 12개 조항이다. 나머지는 정치범·사상범, 경제사범, 행정사범, 심지어는 미수범 따위이니, 사형제의 오·남용 가능성은 아직도 엄연하다.

헌재가 사형제를 두둔하면서 헌법상의 생명권, 곧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헌법에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는 구절이 없다는 게 그런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의 전부 박탈이다. 그리되면 다른 권리가 가능할 수도 없고, 잘못 판단했더라도 되돌릴 수 없으며, 죄를 뉘우치게 할 수도 없다.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사형제가 위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합헌을 주장한 헌재 재판관들도 입법을 통한 사형제도의 개선을 권고했다. 지금의 사형제도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데는 공감한 셈이다. 국회는 이를 받아들여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률 정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과거 회귀의 잘못을 범할 게 아니라 사형집행을 유예하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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