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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방송마저 정권에 갖다바칠 순 없다 |
<문화방송>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어제 새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김재철 청주문화방송 사장을 뽑았다. <한국방송> 사장에 대통령 참모가 들어서더니 문화방송까지 대통령 측근이 장악하게 생겼다. 이로써 방문진은 문화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위협하는, 정권 하수인임이 분명해졌다.
방문진의 김 사장 선임은 문화방송을 전리품처럼 정권에 바치겠다는 뜻이다. 방문진은 지난 8일 문화방송의 보도·제작·편성 책임자를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엄기영 사장의 항의 사퇴를 유도했다. 이것도 부족해 어제 최종 사장 후보 3명 가운데 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물인 김 사장을 선택한 것이다. 김 사장이 이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김 사장은 2008년 7월 이 대통령에 대한 충북도청 업무보고 자리에 나와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을 브리핑하기까지 했다. 방송사 사장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 나설 정도면 언론인이 아니라 정치꾼일 뿐이다. 이런 김 사장을 내세워 문화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려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가 무난히 관철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당장 방문진과 김 사장은 문화방송 구성원을 비롯한 방송인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즉각 결의문을 내어 김 사장의 취임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파업을 결의한 노조는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과 친정부 이사들의 퇴진도 요구했다. 수백곳의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들도 이날 ‘공영방송 엠비시 지키기 시민행동’을 출범시키고 문화방송 구성원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사태는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이들과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세력의 전면적인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 싸움은 전적으로 방문진을 장악한 친정부 이사들의 그릇된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배후에 이명박 정권 핵심부의 강한 의도가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 사장은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돕겠다면 갈 곳은 문화방송이 아니라 정치권이다. 방문진의 친정부 이사들도 물러나야 마땅하다. 이들이 그대로 있는 한 문화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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