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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 파행 심화시키는 일제고사 중단해야 |
교육과학기술부는 어제 2009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줄어드는 등 전년도에 비해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제고사 성적 공개 뒤 시·도 교육청과 학교, 교사의 책무성이 높아지고 ‘학력향상 중점학교’에 대한 교과부의 집중지원이 효과를 나타낸 결과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전형적인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이다. 수치상으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전인교육의 본령을 포기한 채 지필고사에 매달렸기에 가능했다. 이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낮은 우수교육청으로 지목된 강원·충북·대전 등이 그동안 어떻게 일제고사를 준비했는지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일제고사 대비를 위해 초등학생을 방학 때까지 학교에 잡아뒀다. 교육청 단위로 여러 차례 일제고사 대비시험도 치렀다. 초등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낸 강원도 양구의 경우엔 밤 9시까지 초등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시켰다. 충북교육청의 경우 시험을 한달 넘게 앞두고부터 일제고사 주간보고를 하도록 했다. 일제고사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의 수업시수를 축소하는 교과과정 파행운영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지역이라고 크게 달랐던 것은 아니다. 이런 파행의 결과를 ‘책무성 향상’이라고 말하는 교과부의 후안무치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파행상은 일제고사를 치르고 결과를 공개할 경우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우리보다 앞서 일제고사 성적 공개제도를 도입했던 영국과 일본도 똑같은 현상을 겪었다. 영국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 성적 향상이 나타났다고 선전했지만, 심층분석 결과 일제고사가 교육 왜곡만 낳고 학력 향상과 무관함이 속속 입증됐다. 이후 영국의 대부분 지역에선 일제고사를 폐지했다. 일본도 시험 결과 조작 등 부작용만 낳은 이 제도를 시행 2년 만에 폐지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제고사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적을 학교평가와 교원성과급에 연동시키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일제고사를 둘러싼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을 고사시킬 뜻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초·중등 교육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려면, 일제고사 성적 공개는 물론이고 일제고사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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