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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식량위기,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 춘궁기가 진행될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이후 가장 많은 아사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해 농사가 잘 안돼 올해 100만t 이상의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국제기구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추산한다. 전체 곡물 수요의 4분의 1에 이르는 규모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린 패스코 사무차장은 “주민 3분의 1 이상이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실시한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식량 수입이나 국내 유통도 잘 안된다고 한다. 국제 지원도 거의 끊긴 상태다. 대북 식량 지원을 주도해온 세계식량계획(WFP)조차 새 기부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오는 7월부터 지원이 완전히 중단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북한 식량난의 원인은 구조적이다. 영농장비와 기술의 낙후, 산지와 냉해가 많은 지형조건, 수리시설 미비 등에다 비효율적 운영이 겹쳐 농업생산성이 낮고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게다가 지난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국제 지원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런 원인들이 해소되기를 마냥 기다린다면 주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조건 없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인도적 지원의 본령이다.
국제적인 지원이 격감한 데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동족인 한국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가 앞장서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쌀·비료 지원을 핵문제 진전과 연계시킨다. 북한이 지난 1월 받겠다고 한 옥수수 1만t조차 아직 선적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인도적 지원의 내실화’라고 하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심화시키려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정책이 핵문제에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나진항 장기사용권 부여와 두만강 개발계획 재개, 중국 자본에 의한 신압록대교 건설과 압록강 하구 섬 개발, 외자 유치를 겨냥한 조선대풍그룹 설립 등 이른바 북방협력의 전면화다. 그러는 동안 남북 경협은 쪼그라들고 남북 대화 또한 겉돈다. 이제 이런 비정상적인 구도를 바꿔야 한다. 그 출발이 대북 쌀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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