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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순기능 기대되는 ‘야권 정책연합’ |
민주당 등 야5당과 ‘희망과 대안’ 등 4개 시민사회단체들이 6·2 지방선거와 관련한 공동의 정책구상을 그제 발표했다. 이른바 ‘5+4 회의’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연대 추진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정치사로 볼 때 1997년 대선에서도 정치세력간 연대가 있었다. 디제이피 연합이 그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파의 정체성이 다른데도 정책을 합의하지 않은 채 국무총리와 장관직 등 자리를 나눈다는 약속만 있었다. 따라서 ‘묻지마’ 식이라거나 나눠먹기 위주라는 비판에 취약했으며, 실제로 집권 중반기에 연합이 무너졌다. 반면 이번 ‘5+4 회의’는 토론을 통해 정책적 공통분모를 찾아냄으로써 지방선거에서 공동공약을 도출해낼 길을 열었다. 진보·개혁을 지향하는 정파들이 차이를 고집하기보다는 합의를 만들어내고자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다. 디제이피 연합이 정당 지도자의 결단만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한 점도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 평가할 일이다.
이번 합의는 일자리와 교육, 복지, 4대강 사업, 세종시, 국가재정 등 12개 분야의 정책 과제를 아울렀다. 특히 교육분야의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비롯해, 여야 또는 진보·보수세력이 맞서온 정책 쟁점들을 대부분 합의문에 담았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지방선거에서 정책대결이 더욱 활발해지도록 하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범야권이 정책 공조 가능성을 시험해봤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합의는 정책과제의 얼개를 정리한 수준이다. 따라서 정책수요와 예산 조달 방안 등을 검토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공약으로 간추리는 후속 작업이 정치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정당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진보개혁 성향 두뇌집단들까지 광범위하게 결합해 협업을 벌이는 게 바람직하다. 선거에서 이길 경우 공동정책을 이행하고 결과에 함께 책임지는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지자체별로 행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단체장을 배출하지 않은 정파들한테 위원의 과반수를 추천하게 하는 방안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지방공동정부라는 개념만 거론되고 구체적인 방안이 집약되지 않았다. 연합정치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한테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공동정책 이행 체계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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