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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드러난 권력형 비리 뭉개면서 비리척결 한다고? |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토착·교육·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정기관들도 최근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전방위 사정에 나서기로 했다. 비리 척결은 사정기관의 당연한 의무다. 대통령이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 구조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것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대통령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검찰이 권력형 비리에 손을 놓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의 비리 의혹이 대표적이다. 효성은 해외비자금 조성, 주식 편법증여, 방위산업 비리 등 위법 가능성이 큰 여러 혐의를 받았다. 검찰도 오래전부터 상세한 범죄 첩보를 확보했다는데도 어쩐 일인지 대부분 흐지부지 축소 처리됐다. 지난해 오너 3세들의 해외부동산 구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가 이뤄졌지만 그 뒤엔 또 몇 달째 아무런 소식이 없다. 수사 의지가 있는지, 관심이 식으면 슬그머니 봐주려고 그러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일뿐만이 아니다. 각 기업 창업주 2세 여럿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비슷한 혐의를 받은 대통령의 사위는 무혐의 처리됐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정작 공소장에선 빠졌다. 정권 교체기의 각종 비리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경우, 그림로비 의혹 등 뚜렷한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검찰 수사는 1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그가 현 정부 실세에게 연임 로비를 하려 했다고 폭로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일찌감치 비리 혐의로 기소된 것과 대조된다. 뭐가 켕기기에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는 걸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검찰이 다룬 주요 사건 가운데 현 정권 비리는 8건이지만, 정권 비판 세력과 전 정부 관계자 수사는 그 두 배 이상이다. 그 8건 가운데도 제대로 기소가 된 것은 고작 2건이다. 이러고서 권력형 비리 척결을 다짐한들 믿을 사람은 없다.
그러잖아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선 야권에 대한 표적수사나 국면 전환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비리 척결의 의지가 있다면 검찰부터 권력형 비리에 대한 ‘태업’을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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