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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논란은 일본의 수치다 |
일본이 새학기부터 고교 교육 무상화를 추진하면서 조선학교를 그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해 빚어졌던 논란이 마무리 단계로 들어간 듯하다. 아직 최종 확인되진 않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가와바타 다쓰오 문부과학상이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데 합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치인들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보편적 권리로서 교육에 대한 인식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여지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교 교육 무상화 정책은 ‘모든 아동의 평등한 학습권 보장’이란 기치를 내건 하토야마 정권의 핵심 공약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고등학생에게 공립학교 수준의 수업료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원 대상에는 재일동포들이 다니는 조선학교처럼 각종학교로 분류된 외국인학교까지 포함돼, 당연히 조선학교도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지난달 나카이 히로시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이 조선학교는 북한 학교라며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 포함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하토야마 총리도 조선학교가 무엇을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거들고 나섰다.
외교관계를 이유로 한 학습권 차별 행위는 유엔 차별금지협약 위반이다. 더군다나 조선학교는 일본 식민통치의 유산이다. 해방된 뒤 일본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재일동포들이 독자적인 민족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가 조선학교다. 이들 학교가 북한 쪽과 관계를 맺게 된 데는 민족교육을 외면한 남한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북한 쪽의 경제사정 악화로 북한의 지원도 시늉에 그칠 뿐이다. 교육내용 역시 일본 문부성 지침에 따른다. 그런데도 북한 학교 운운하며 지원 거부를 거론하는 것은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책임 회피와 궤를 같이하는 일이다.
조선학교 논란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하토야마 정부의 진전된 주장조차 과연 진실한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 우애에 바탕한 동아시아공동체란 하토야마 총리의 꿈이 나라 안팎에서 울림을 가지려면,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수업료 지원은 물론이고 식민지배의 현실적 유산으로 남아있는 재일동포에 대한 각종 차별부터 철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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