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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 절실해진 한국은행의 독립성 |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어제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쳤다. 금리를 올려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였으나 인상 시점을 잡지 못해 기준 금리를 동결한 채로 임기를 마치게 됐다.
이 총재는 4년 임기 동안 과도하게 풀린 시중자금을 다시 틀어쥐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며, 이를 통해 우리 경제에 과도한 거품이 끼는 것을 막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 그가 평소 지적했듯이 과잉유동성과 무분별한 금융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총재는 물러나지만 한은이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올려 경제 안정의 기조를 다져가길 기대한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조만간 출구전략의 시동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과도한 가계부채와 재정적자 급증은 우리 경제의 큰 위험요인이다. 조금씩 완만한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시중금리가 오르게 되면 많은 경제주체들이 또다시 휘청거릴 수 있다. 저금리의 달콤한 맛에 취해 시기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를 떠맡아야 할 새 총재다. 새 총재는 무엇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대해 견제와 갈등의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나 정부 당국자들은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과도한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정 기조 위에서 적절하고 균형 있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은행은 자동차의 브레이크처럼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속도 조절을 하는 곳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책 협조라는 명분 아래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을 쥐고 흔들려는 정부의 잘못된 생각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재에 임명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정부로서는 한은의 독립성이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새 총재로 거론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한은 총재 자리는 권력자의 전리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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