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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동적 복지국가’ 제안을 제대로 살리려면 |
의무교육 취지를 살린 무상급식이 지방선거의 중요 쟁점이 된 가운데 복지 개념을 적극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복지 관련 시민운동 단체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어제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제안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소극적 복지를 탈피해 복지 관점에서 사회경제적 체질을 바꾸자는 야심찬 제안을 내놨다. 복지 전문가들과 운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포괄적인 복지국가 담론이기에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제안은 복지의 틀과 관점 자체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진보의 내용을 만들고 채워가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역동적 복지국가의 3대 가치로는 존엄·연대·정의가, 핵심 원칙으로는 보편적·적극적 복지, 공정하고 혁신적인 경제가 제시됐다. 이런 가치와 원칙 아래 복지뿐 아니라 조세정책, 국가재정운용, 기업 규제 등 경제분야까지 포괄하는 구조적 변화를 꾀하자는 게 핵심이다. 복지를 중심으로 국가의 틀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당장의 현안으로 와닿기보다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복지 개념이 없다시피 했기에 더 그렇다. 개발독재 시절엔 복지에 아예 관심이 없었고 민주화 이후에도 복지정책은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관점에서 주로 시행됐다. 최근 들어선 기존의 복지정책마저 후퇴시키려는 보수진영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그래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관계자의 지적처럼 ‘국민들의 의식 대전환’이 없이는 이번 제안을 쉽게 추진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의식 변화만 기다릴 순 없다. 특히 진보 또는 개혁 정치세력은 호소력 있는 논리와 세부 대안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주목할 대목은 일자리 확대 등 경제문제와 복지의 관계다. 개발과 성장에 대한 집착이 우리 사회 전체를 강하게 지배하는 탓도 있지만, 이 고리를 제대로 풀지 못할 경우 서구의 실패 사례를 답습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제공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에는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 있다. 개발 집착에서 벗어나더라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복지국가 담론은 설득력을 갖는다. 거기까지 가는 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제안의 성패를 가름할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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