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경춘고속도로, ‘복마전’ 민자사업의 전형인가 |
지난해 개통한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민자사업자인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사업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초 협약서에는 전문 건설업체에 하청을 주는 도급비로 1조1333억원을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56%에 불과한 6502억원만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업제안서에서 도급액을 부풀렸거나 하청업체에 줘야 할 돈을 후려쳐서 자신의 배를 불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동안 민자 고속도로는 건설업체들이 예상 통행량을 부풀려 최소운영수입 보장금을 끌어올린 사례가 많아 여러 차례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이번에는 공사비 자체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엄청난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방식으로든 민자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처럼 정부 제안이 아닌 민간 제안 사업은 경쟁입찰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대형 건설업체들에 막대한 폭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제3자를 참여시키는 경쟁을 하더라도 준비 없이 참여한 다른 업체가 공사를 따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렇게 부풀려진 공사비를 근거로 정부 지원비를 받을 뿐 아니라 장기간 높은 통행료를 징수하게 된다. 민자사업의 제도상 허점과 정부 당국의 방관 속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구조다. 이번에 거론된 서울~춘천 고속도로뿐 아니라 대부분의 민자 도로가 비슷한 실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건설사들이 민자 도로의 건설비를 부풀려 사업비의 40%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정부가 턴키 방식의 일괄입찰제도를 남발하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로비력이 강한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를 독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입찰 담합을 불러오고, 대형 건설사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준다. 이들은 공사를 하청업체로 넘기면 그만이다.
정부는 현행 민자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이 어렵다고 민자사업을 남발하는 것은 나라 금고를 건설업체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토해양부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민자사업의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는데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건설사들이 챙기는 거액의 돈이 결국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