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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월드컵 본선이다 |
오랜만에 보는 시원스런 경기였다. 한국 축구가 쿠웨이트를 꺾고 2006년 독일월드컵대회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여섯번 연속(통산 7회)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다. 밤잠을 잊고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은 후련한 청량감을 만끽했을 터이다. 무엇보다도 박주영 정경호 등 젊은 선수들의 선전을 칭찬하고 싶다. 열사의 이국땅에서 거둔 통쾌한 승리는 지루한 정쟁과 짜증스런 사건들의 연발로 침체에 빠진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도 기여를 할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앞으로 본선에서 만나게 될 선진 축구, 특히 유럽 축구에 대한 대비가 그것이다. 2002년 서울월드컵의 4강 성적이 결코 개최국의 행운이나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한국축구는 아직도 불안의 여지가 많다. 골 결정력과 체력, 팀워크와 전술 등에서 자신감이 없는 듯하다. 고질적인 수비불안도 한 원인이다. 대표팀은 집만 떠나면 허약해진다. 안방과 집 밖에서 실력 편차가 심한 것은 이번 아시아 예선경기에서도 쉽게 드러났다. 우즈베키스탄전이나 지난 3월 사우디 원정전 등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대승을 거두어 월드컵행을 확정짓기는 했지만 이 기회에 ‘원정 징크스’를 걷어내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공격진은 좋으나 선수들의 플레이 역시 조각난 듯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듯했다. 세트플레이를 다듬었다고 하지만, 득점은 우연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도 많다. 우리 축구의 색깔과 특색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본선 경기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조직과 전력을 더욱 보강할 필요가 있다. 신진들의 지속적인 발굴도 중요하다. 월드컵 진출이 가져다 주는 영향력이 커져 경기도 즐기고 경제효과도 누릴 수 있는 축구 강국 한국의 월드컵대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북한이 예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탈락한 점은 아쉽다. 한때 세계 무대에서도 통했던 북한 축구가 이렇게 낙후한 것은 국제경기의 경험 부족 탓이 클 것이다. 북쪽 축구의 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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