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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방송 사장 ‘조인트를 깐 큰집’은 누구인가 |
문화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기 위한 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것도 공작의 주역인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입을 통해서다. 그는 <신동아> 4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을 강하게 압박해 문화방송에서 “좌파 대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8일의 문화방송 계열사 등에 대한 인사를 김 사장 혼자 한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큰집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라는 표현까지 썼다. 청와대 같은 핵심 권력층이 개입했다는 얘기다.
발언이 알려지자 김 이사장은 ‘큰집’은 방문진의 관리감독 기능 따위를 고려해 쓴 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봐서 청와대를 지칭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언론학자 출신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정부가 어떻게 문화방송 장악 시도에 개입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김 이사장은 문화방송이 한낱 정권의 전리품이고 방문진은 대리 통치자라는 시대착오적인 인식도 드러냈다. 사장을 뽑는 데 “말 잘 듣는 사람이냐는 게 첫번째 기준”이라거나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라는 말이 바로 그렇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문화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설립된 방문진의 이사장으로 있을 수 있는가. 당장 사죄하고 물러나는 길뿐이다.
김 이사장과 방문진의 친정부 이사들이 ‘공영방송의 적’이라는 건 그동안의 행태에서도 확인된 바다. 방문진은 지난해부터 문화방송 경영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더니 지난 2월 초엔 엄기영 사장을 따돌리고 보도·제작 담당 이사를 직접 임명했다. 이에 반발해 엄 사장이 사퇴하자 후임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 사장을 선임했다. 그런데 이후 김 사장조차 미덥지 않아 때리고 어르면서 인사에 개입한 것이다.
김 사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방송기자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드는 공작에 저항조차 하지 않았음이 명백해졌으니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정부 또한 반성해야 한다. 먼저 인사 개입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 문화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법률 개정 등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협조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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