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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19 19:30 수정 : 2010.03.20 10:09

<문화방송>에서 ‘좌파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다’고 스스로 고백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어제 사퇴했다. 문화방송 노사, 언론관련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 이어 방문진 이사회도 그의 사퇴를 촉구한 이후 나온 결정이다.

김 이사장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방문진은 어제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사들은 그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불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문진 이사회까지 이렇게 나오자 김 이사장도 더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사들한테 불신임 당하는 사태가 온다면 방문진은 마비될 것이고 문화방송에도 그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물러나는 것만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그는 어제 이사회에서처럼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고 인사 개입 사태의 전모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이른바 ‘큰집’이 어디인지, 권력기관이 어디까지 문화방송 인사에 개입했는지, 그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어떻게 처신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는 문화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해 설립된 방문진의 이사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진실이 정확히 드러나야 공영방송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막을 대책도 세울 수 있다.

김 사장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그는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그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모습이 모든 책임을 김 이사장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김 사장이 지난 8일 계열사·자회사 인사를 독자적으로 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그랬더라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김 이사장이 ‘좌파 대청소’라고 만족스러워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인사 내용은 정권의 구미에 딱 맞춘 것이었다. 어쩌면 외부 압력에 굴복하는 사장보다 ‘알아서 기는’ 사장이 더 위험할지 모른다. 그가 문화방송을 정말 아낀다면 정권과 방문진이 어떻게 압력을 넣었는지 밝혀야 한다. 외압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는 일은 그다음이다.

아울러 문화방송 장악 시도의 실체가 많은 부분 드러난 만큼 그 윗선 인물들에 대한 책임도 따져야 한다. 그 첫번째는 김우룡 이사장을 임명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겠지만 청와대도 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관련 영상] ‘큰집’ 발언 김우룡 이사장 자진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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