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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19 19:33 수정 : 2010.03.19 19:33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 점차 검찰의 완패 쪽으로 기울어가는 양상이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검찰의 주장은 곳곳에서 깨지고 공소장 내용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인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오락가락·횡설수설·동문서답식 태도야 말할 것도 없다. 다른 대부분의 증인들도 검찰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진술을 내놓고 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허둥대는 검찰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 사건을 심리중인 재판부가 그제 검찰에 공소장 변경 검토 권고를 한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중간평가’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의 조사 내용이 허술하다는 이유로 공소장 변경 권고를 내린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재판부로부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훈계까지 들은 것은 검찰로서는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봐도 ‘돈을 건넸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의자에 두고 나왔다”는 곽씨의 진술은 하늘과 땅 차이다. 검찰은 “의자에 둔 돈이 어디에 갔겠는가” “기소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사리에 맞지 않음은 누가 봐도 자명하다.

그동안의 공판 진행 결과를 보면 곽씨가 돈을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진술마저도 믿기 어렵다. 당시 총리 공관 오찬장에는 경호요원을 비롯해 음식을 날랐던 케이터링 서비스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돈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 현직 공무원 신분의 당시 총리 경호인은 “8년 동안 근무하면서 오찬 뒤 총리가 손님보다 늦게 나온 적은 없었다”는 증언까지 했다. 한동안 시중에는 “돈을 받은 것은 한 전 총리가 아니라 ‘의자’이니 의자를 기소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았지만, 앞뒤 사정을 살펴보면 의자도 죄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조차 “검찰이 어설픈 수사로 지방선거를 어렵게 만들어놓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어떤 결론이 상식에 부합하는지는 이미 분명해 보인다. 아직도 검찰 혼자서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거듭 말하지만 검찰은 지금이라도 공소를 취하하는 게 그나마 현명한 선택이다. 안간힘을 쓸수록 늪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뿐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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