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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항 빠진 야권연대, 민주당이 풀어야 한다 |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려던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연대 협상이 위기에 빠졌다. 기껏 만든 잠정 합의안이 금세 번복되는 등 갈등이 커진 탓이다.
일이 여기에까지 이른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애초 합의에서 다른 야당들에 단일후보를 양보하겠다던 수도권 기초단체장 11곳의 재조정과 국민참여당 유시민씨의 경기지사 출마 철회 등을 요구했다. 누가 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요구한 것은,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의 독식을 확실히 보장받겠다는 계산과 기초단체장 후보 양보 대상 지역 국회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그렇게 기득권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독식을 고집하면 연대가 이뤄질 리 없다. 맏형 격인 민주당이 소수 야당들을 배려하기는커녕 한번 약속했던 일까지 잇속에 따라 제멋대로 뒤집는다면 앞으로의 협상과 야당간 협조는 어려워진다.
애초의 잠정 합의가 당내 협의나 조정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 딱하다. 합의안만 보면 민주당은 크게 양보한 셈이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승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를 추진할 수 없다. 당 지도부가 스스로 희생하는 자세도 보이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의 양보만 요구한다면 당내 반발과 내분은 피할 길 없게 된다. 지금이 꼭 그런 꼴이다. 그런 내부 설득 과정도 없이 약속을 했다가 뒤늦게 이를 뒤집었으니 민주당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다른 야당들에도 아쉬움이 없을 순 없다. 국민참여당은 합의를 수용하겠다면서도 정작 협상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방식만 고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수도권에 이어 울산에서도 연대 협상을 포기한 진보신당의 행보도 애초 선거연합 논의에 참여한 초심과는 거리가 있다. 이미 저마다 제 잇속만 챙기려는 형국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하게 됐다.
민주당이 지금 양보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당이나 예비후보들이 본격적으로 각개약진하기 시작하면 연대는 어려워진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민주당의 대승적 결단이 시급하다. 그런 결단에는 민주당 스스로 호남의 기득권을 포기해 다른 지역에서 연대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방안도 포함돼야 마땅하다. 민주당이 그런 결단을 이끌어낼 지혜를 보이지 못한다면 국민의 실망은 되돌리기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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