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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3 08:22 수정 : 2010.03.23 08:22

“4대강 사업을 반대하려고 작정한 사람들이어서 우리가 설명해도 그것을 꼬투리 잡아 반대 논리에 활용하리라 판단했다.” “이 사람들 굉장히 위선적이다.” 어제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천주교 쪽에 대해 한 발언이다. 당정 최고 수뇌부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편견과 왜곡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이보다 더 생생히 보여주기도 힘들다.

이 정권 핵심부 사람들의 가장 못된 습성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좌파니 위선이니 하는 딱지를 붙여놓고 백안시하는 것이다. 정 실장 등의 말도 간단히 말하자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천주교 신부들은 ‘말이 통하지도 않고 위선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애초부터 천주교 쪽을 상대로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설득할 의향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당정 최고 수뇌부의 인식이 이러하니 대화니 소통이니 하는 단어는 애시당초 발붙일 틈도 없었던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청와대 참모진의 설득 노력 부족을 질책했다고 한다. 정 실장의 발언은 이런 질책에 대한 변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설득에 나서도 모자랄 형편에 이처럼 사리에 맞지 않는 구실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참모 된 도리도 제대로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4대강 문제에 관한 한 이 대통령은 참모들을 꾸짖을 처지가 못 된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궁극적인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참모들을 질책한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4대강 사업이야말로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것인데 왜 이 대목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느냐’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이나 행정부처 공무원들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열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4대강 사업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올려놓고, 어떤 반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집하는 한 지금의 갈등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참모들에게 홍보 강화 따위나 지시할 상황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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