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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3 20:08 수정 : 2010.03.23 20:08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동관 홍보수석을 호되게 질책했다고 한다. 일 잘하라고 참모를 꾸짖을 수는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동아일보사가 내는 <신동아> 4월호에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기사가 다수 실릴 것이라는 보고를 듣고, 이 수석한테 “<동아일보> 출신이면서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이 신문 정치부장을 지낸 이 수석이 신동아 보도를 막거나 고치도록 힘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잘못이라는 투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말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신문·방송 출신의 참모들이 출신 언론사에 영향을 끼쳐 보도를 좌지우지하기를 기대해 임명했다는 얘기가 된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언론의 구실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청와대라는 권력의 힘으로 언론보도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권력의 언론 장악과 왜곡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매우 위험한 언론관이다.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 참모들도 거리낌이 없게 된다. 지난 1월 청와대 대변인이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축소 발표한 일이 문제됐을 때도, 이 수석은 “조금 ‘마사지’(왜곡전달)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그 뒤에도 대통령의 말을 ‘마사지’해 발표한 일은 있었다. 그러잖아도 청와대에는 언론 출신 참모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을 통해 언론 보도에 영향을 끼치려 한 일은 실제로 얼마나 있는지, 언론의 본분을 저버리고 이에 협조한 언론사는 또 어디어디인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최근 불거진 권력의 <문화방송> 장악 시도의 배경에도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재철 사장이 한 간부 인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인사에선 청와대 참모나 대통령 측근 등의 민원과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은 요직에 기용하도록 하고, 정권에 불편한 보도에 관계된 이들은 모두 쫓아내거나 욕보이도록 인사에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비판 보도를 아예 틀어막고 제 마음대로 언론을 뒤흔들려는 시대착오적 야만이 언제까지나 통할 순 없다. 비틀거나 숨긴 진실이 드러나면 그 폭발력은 더 큰 법이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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