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3.24 20:11 수정 : 2010.03.24 20:11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직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하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외압 의혹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김영국씨가 “명진 스님의 말씀은 모두 사실”이라고 똑부러지게 밝혔는데도 그는 명확한 태도 표명을 회피하고 있다. “어떤 외압을 가한 일도 없다. 앞으로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고 어물쩍 넘어가려 할 뿐이다.

다시 한번 안 대표에게 묻는다. ‘좌파 주지 교체’ 발언을 한 적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외압인지 아닌지는 그다음에 따질 문제다. 만약 ‘말을 한 것은 맞지만 외압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우긴다면, 그런 말장난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다.

안 대표의 이번 발언을 범상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교육·언론·문화·예술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불고 있는 ‘매카시즘적 좌파 척결 광풍’과 정확히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검은 촉수가 드디어 종교의 영역까지 미쳐, 정교분리의 원칙마저 훼손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미 불교계에서는 다음엔 4대강 사업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화계사의 수경 스님이 표적이라는 얘기까지 파다할 정도다. 안 대표는 “종단 내부 싸움에 나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안 대표의 ‘색깔론 애호’가 거의 편집증 수준임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을 놓고 “좌편향된 교육 때문에 아동성폭력 범죄들이 늘었다”고 갖다붙이는가 하면, 사법부를 항해서는 “좌파 정권이 박아놓은 대못을 뽑아내야 한다”고 핏대를 올렸다. 자신의 이런 비이성적 발언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얼마나 심화시키는지에 대한 인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 관측대로 그의 잇따른 색깔론 발언이 차기 국회의장직을 노린 계획적 ‘충성 행보’인지, 또 그렇게 하면 국회의장 자리를 따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는 알 바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이 이렇게 계속 편가르기에나 골몰하는 한 우리 사회의 통합과 화해는 요원하다는 점이다.

안 대표에게 권고한다. 국민을 더는 우롱하지 말고 진실을 밝힌 뒤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 ‘조인트 발언’으로 물의를 빚자 곧바로 사퇴한 방문진 이사장만도 못한 처신을 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상처받은 불심이 덧나지 않도록 결단을 앞당기길 기대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