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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5 19:58 수정 : 2010.03.25 19:58

북한이 어제 남쪽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금강산관광지구의 남쪽 부동산에 대한 조사 계획과 일정 등을 통보했다. 남쪽이 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기존 계약을 무효화하고 새 사업자를 불러들이겠다는 압박의 일환이다.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 경협 사업으로 1998년 시작된 금강산관광이 중대한 고비를 맞은 양상이다.

북쪽의 이런 행동은 우선 일방적이라는 점에서 잘못이다. 남북이 어렵게 합의해 시행해온 계약이 한쪽의 뜻에 따라 폐기된다면 다른 남북 사업의 근거도 흔들리게 된다. 그러잖아도 경색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 북쪽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 역시 더 싸늘해질 것이다. 북쪽이 바라는 외자 유치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대북 제재 완화 논의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손실은 북쪽이 새 사업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약간의 이익과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 정부 태도 또한 문제가 많다. 정부는 2008년 남쪽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관광객 신변보장 등 세 가지를 관광 재개 조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진상조사와 신변보장에서는 북쪽도 성의를 보일 만큼 보였으며, 재발방지책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야 할 사항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관광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 주된 이유는 정부가 사실상 핵협상 및 관광 대가 문제와 연계하는 데 있다. 관광 중단을 대북 제재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이 사업 자체를 선 핵폐기 정책의 시험대로 삼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경협의 의미를 낮춰보는 냉전적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 북쪽으로 가는 모든 돈이 핵 개발에 쓰인다고 여긴다면 경협은 설 자리가 거의 없게 된다.

그간 남북 경협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사이 신뢰를 높여 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 금강산관광 재개는 일정하게나마 경협을 유지할지 아니면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얼어붙게 만들지를 가름할 시금석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머리를 굽혀 가며 관광 재개를 요구해온 북한의 태도는 이제 한계를 향해 가는 듯하다. 새 사업자와의 계약은 그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사업 자체를 포기하려는 게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관광 재개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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