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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공노 토벌전’, 법도 원칙도 없다 |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에 대해 정부가 아예 ‘토벌전’을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전공노 출범식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간부 18명을 파면·해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범식에 참석한 공무원 수백명에 대해서도 신원을 확인해 모두 중징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노를 반정부 불법 단체쯤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짓들이다.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노조활동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노가 설립신고를 마친 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불법 단체로 규정한다.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터무니없다. 전공노가 설립신고를 마치지 못한 이유는 노동부가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신고서를 두번이나 반려한 데 따른 것이다. 노동부의 이런 태도는 노조 설립 신고제 취지를 무시하고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을 위반한 것은 전공노가 아니라 바로 노동부와 이 정권이다.
노조 설립을 신고제로 운영하는 것은 노조활동이 헌법적 권리인 까닭이다. 다시 말해, 헌법은 노조 설립에 있어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취지를 존중한다면 노조 설립 신고서를 당연히 받아줬어야 한다. 해직자 문제와 같은 반려 사유들은 신고서를 접수한 뒤 보완하거나 해명하도록 해도 충분한 사안들이다. 백보를 양보해 반려 사유들이 아주 심각한 것들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지금 전공노를 불법 단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신고서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공노가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공노는 합법 단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법 조문을 떠나 지극히 정당하고 상식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정당한 비판들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공노 와해라는 불법적인 목적에 따라 탄압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백기를 들지 않는 한 인정하지 않겠다는 수준에서도 벗어났다. 그래서 사태의 핵심은 법외 노조의 적법성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느냐 여부로 바뀌었다. 전공노로서도 정면으로 맞서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구도다.
해법은 분명하다. 토벌한다고 뿌리뽑힐 전공노가 아니다.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대화 상대로 받아들여야만 공무원사회의 갈등과 충돌은 해소된다. 정부의 태도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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