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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통방해죄의 자의적 법 적용 삼가야 |
헌법재판소가 어제 도로 교통을 방해한 집회 참가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185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라는 대목이 불분명하긴 해도 ‘의도적이고 직접적으로 교통에 심각한 장애를 발생시켰을 경우’에 한해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는 법관의 해석이나 상식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이유다.
헌재의 이런 결정은 이 조항의 입법적 미비와 실제의 오·남용 현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문구 자체로만 보면 교통 불통을 방지하기 위한 법 조항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금 경찰이나 검찰은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거나 파괴하는 따위 “육로를 불통하게 하는” 중대한 교통방해 행위에나 적용돼야 할 이 조항을, 도로나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집회·시위를 하면서 움직이는 행위에도 가리지 않고 적용하고 있다. 이 조항의 “기타 방법으로”라는 대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실제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맡고 있는 촛불재판 사건 피고인 가운데 90% 가까운 이들의 기소 죄명에 일반교통방해죄가 들어 있다. 대부분 집회 과정에서 도로를 침범한 이들이다.
이런 법 적용 현실 자체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 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법관의 해석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까지 위태롭게 된다. 애초 일반교통방해죄를 만든 독일과 일본에서도 처벌의 범위가 함부로 확대되지 않도록 교통방해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도 이미 십수년 전에 이 조항의 ‘기타 방법’을 구체화한 형법 개정안을 내는 등 위헌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헌재가 이런 현실에 눈감은 것은 헌법상 기본권의 보루여야 할 책무를 방기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교통방해는 위법하지 않아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조항의 적용 및 해석 기준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찰·검찰은 헌재의 합헌 결정을 핑계로 이런 기준을 넘어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자의적인 법 적용을 방치하는 문제의 조항을 개정하는 일을 더는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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