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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숙한 대처가 참사 키운 것 아닌가 |
천안함 참사와 관련한 군의 대응을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십명의 실종이 과연 막을 수 없는 일이었는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초기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합동참모본부의 국회 보고로는 천안함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은 지난 26일 밤 9시30분이고, 함장의 보고를 받은 해군의 출동 지시에 따라 주변의 고속정 4척이 사고지점에 도착한 것이 9시58분이었다. 하지만 천안함 갑판의 장병을 구조한 시간은 사고 발생 70여분 뒤인 10시40분께였다. 그나마 해군 함정은 발만 구르고 있었을 뿐, 정작 생존자들을 구한 것은 뒤늦게 도착한 해경이었다. 해양경찰 경비정에는 천안함에 접근할 수 있었던 고무보트가 있었지만 해군 고속정에는 구명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명정을 갖추고 있던 속초함은 북한 쪽을 경계하느라 구조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1~2분으로도 생사가 갈리는 급박한 순간에 30~40분 이상을 허비한 셈이다. 천안함이 최종 침몰하기까지 두어 시간 이상 걸렸다니 구조를 서둘렀다면 실종자가 이렇게 많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해군이 이런 상황도 모른 채 허둥댔다면 초기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면할 길 없다.
평소 위급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충분했는지도 의심된다. 군은 함정 탈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위기시 대응 요령도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비상상황 대비 절차가 제대로 작동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탈출 훈련이 미흡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 배 아래층의 부사관과 병사들에게 위기 사실과 탈출 명령이 제때 전해졌는지도 알 수 없다. 지휘와 응급대응 체계가 잘 갖춰졌다면 이번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군인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이번 참사에서 정부와 군이 그 책임을 다했는지 밝혀내고, 잘못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이런 터에 이명박 대통령이 예단 없는 조사를 지시하면서도 “해군의 초동대응은 잘됐다”고 미리 선을 그은 것은 책임 회피로 비친다. 현장에서는 해군 병사가 실종자 가족에게 총을 겨누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모습은 비통해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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