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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선거운동에 쓰이는 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세곳 중 한곳이 단체장 업무추진비를 사전 선거운동에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출한 것은 물론이고 유지들에게 명절 선물을 사서 돌리거나 개인 명의로 내야 할 회비를 업무추진비로 내기도 했다. 결국 주민 세금에서 나온 돈이 기초단체장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용된 셈이다. 업무추진비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개인 용도나 사전 선거운동에 쓰이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분석한 기초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명세를 보면 그 수법이 가지가지다. 지역 행사를 핑계로 업무추진비를 펑펑 써대는가 하면 기자나 경찰들에게 촌지를 주는 관행도 여전했다. 몇몇 단체장은 와이엠시에이 회비 등 개인이 내야 할 돈을 업무추진비로 써왔다. 아예 사용 명세와 증빙자료가 없는 지출도 있었다. ‘정보수집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50만~80만원을 가져다 쓴 경우다.
업무추진비의 투명한 사용은 기초단체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가늠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나 군수 자신의 자금지출 명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깨끗한 자치행정을 할 수가 없다. 나아가 공정한 단체장 선거를 위해서도 업무추진비 지출 명세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시장이나 군수가 자치단체 예산을 이용해 선심성 사업을 벌이고 업무추진비로 주민들에게 인심을 쓰고 다닌다면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리 없다.
무엇보다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언제, 누구에게, 무슨 명목으로 썼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 부당한 사용 사례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 더불어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합법적인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나 이를 강제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기초자치단체뿐 아니다. 시·도지사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수억원에 이른다. 부당 격려금, 증빙자료 없는 지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심성 선물 등의 문제점이 여러차례 지적됐지만 실제로 개선되는 것은 거의 없다.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집행했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번 기회에 사용 명세 전면공개 등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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