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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31 20:40 수정 : 2010.03.31 22:17

군은 이미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은 사고 해역이 최악의 기상여건에 휩싸이면서 어제 일단 중단됐다. 실종자들의 생환 가능성도 그만큼 더 멀어졌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해난구조대와 해군 특수전여단 소속 잠수사들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구조작업은 별다른 성과 없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까지 군의 구조활동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 해군이 위기 대응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모든 것이 주먹구구식이고 즉흥적이다. 잠수요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만 기대고 있을 뿐 체계적인 해난 구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첨단 해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장비는 부실하고 낙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있는 장비들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잠수사들에게 필수적인 장치인 감압 체임버가 단 두 대밖에 가동되지 않는 게 단적인 예다. 해군은 광양함과 평택함, 청해진함 등 4척의 구난함에 감압 체임버를 갖고 있으나 현재 사용하는 것은 광양함과 평택함 것뿐이라고 한다. 감압 체임버가 없으면 아무리 잘 훈련된 잠수요원들이 많아도 구조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다. 다른 두 구난함에 있는 감압 체임버는 모두 수리중이라고 한다. 군이 그토록 강조해온 유비무환은 헛된 구호에 불과했다.

수심 40m 이상을 잠수할 때는 잠수 헬멧 등 특수장비를 사용해야 하지만 지금 잠수요원들은 일반 스쿠버 장비만으로 작업을 하는 실정이다. 또 깊은 곳을 잠수할 때는 산소 비율을 높이거나 질소 대신 헬륨을 섞은 혼합가스를 사용하지만 현재는 일반 압축공기를 사용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중삼중의 힘든 상황 속에서 군 잠수요원들은 안전규정마저 무시한 채 목숨을 담보로 한 구조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잦은 잠수와 수압을 견디지 못해 실신하는 사람도 속출한다고 하니 제2, 제3의 한주호 준위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평소 우리 해군의 준비태세가 얼마나 부실한지는 기뢰제거용 소해함 9척을 모두 경남 진해기지에 모아놓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음파탐지기가 탑재된 소해함을 서해 평택 2함대사령부 등에 분산배치만 해놓았더라도 침몰한 천안함의 위치를 훨씬 빨리 찾아냈을 것이다. 우리 해군은 지금 ‘무비유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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