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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의 끝없는 은폐와 거짓말 |
군이 애초 발표한 천안함 참사 발생 시각은 완전히 엉터리였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군은 이런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려 했다. 국방부는 어제 “사고 발생 시각을 26일 저녁 9시22분께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애초 9시45분에서 9시30분→9시25분(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국방위 발언)→9시30분(국방부 정정) 등으로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9시20분대 초반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진상 규명의 출발점이라 할 참사 발생 시각부터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어이가 없다.
제2함대사령부가 이미 9시26분에 상황을 보고받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그런데도 군은 천연덕스럽게 참사 발생 시각을 9시30분이라고 계속 우겨온 것이다.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당시 촬영된 열상관측장비 동영상의 앞부분을 제외하고 공개한 것도 발생 시각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군은 이 녹화자료가 9시23분부터 촬영이 시작된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9시33분 이후의 자료만 공개했다. 국방부는 자료를 숨긴 사실이 들통나고서도 “앞 장면이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느니 “앞부분도 이미 공개됐던 모습과 동일하다”느니 하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곧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어쩌면 이렇게 당당히 할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군이 고의적 은폐나 거짓말을 일삼아온 게 확인됨으로써 군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이제는 군이 하는 말은 무엇 하나 믿음이 가는 게 없다. 참사 시각이 앞당겨졌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의구심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해경은 참사 발생 시각을 9시15분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참사 직후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구조작업에 나서지 않은 채 새떼에 포격을 가한 것도 북한이 공격한 뒤 도주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군은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새떼 포격 사실만 공개했다.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 것이다.
참사 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될 교신일지 공개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은 “군사비밀이 포함돼 있다”며 계속 공개를 거부하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마지못해 “자료를 만들어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막상 나온 자료를 보면 교신일지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군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계속 숨기기에만 골몰하는가. 군이 이러고도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기대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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