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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슴 아프고 감동적인 실종자 가족들의 결단 |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어제부터 중단됐다. 실종자 가족들이 더는 희생자가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구조 작업 중단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실종자들의 생환 가능성은 이제 기적의 영역에 맡겨졌다. 실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아들·형제를 차가운 깊은 바닷속에 그대로 남겨둔 채 구조 작업 중단을 요청한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참사가 일어난 지 열흘 가까이 지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희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사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게 가족들이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부여잡고 싶은 게 가족들의 마음이다. 그럼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한주호 준위가 숨지고 수색 작업에 동참했던 민간인 어선까지 침몰하는 상황에서 천안함 참사가 또다른 희생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였을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실종자 가족들에게 깊은 경의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실종자 가족들의 힘든 결정을 접하고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나 감사의 표시 하나 없는 군 당국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실종자 가족들의 용단이 없었다면 군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졌을 것이다. 군 당국으로서는 아무리 감사해도 지나치지 않다. 군이 뭐라고 변명하든 구조 작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실종자 46명 중 단 한 명의 주검을 찾은 게 그나마 성과다. 나머지 45명을 차가운 바닷물 속에 방치한 채 선체 인양 작업부터 하게 된 게 지금의 상황이다. 기상 악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악전고투해온 구조요원들의 노고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군 당국이 참사 초기부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기민하게 대처했더라면 실종자 모두를 고스란히 잃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군 당국에 남겨진 과제는 선체 인양과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나마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다. 수색과 구조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천안함 침몰의 정확한 경위와 원인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밝혀내는 일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것만이 실종자 가족들의 어려운 결단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다. 군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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