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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교육청, 불법 찬조금 근절 의지 있나 |
명문 외국어고인 대원외고가 최근 3년 동안 학부모들로부터 21억원이 넘는 불법 찬조금을 거뒀다는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확인됐다.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큰데다 학교와 학부모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조직적으로 불법 찬조금을 걷어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 대표들이 1인당 100만원 가까운 찬조금을 거뒀고, 이를 선물비, 회식비, 야간자율학습 지도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학교나 선생 쪽에 건넸다. 교장, 교감 등에게는 수백만원씩을 용돈처럼 건네기도 했다. 1000만원 이상의 돈을 챙긴 교사도 있었다. 말단 선생에서부터 학교장까지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무엇보다 학교 당국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 찬조금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불법이다. 선생에게 주는 돈은 물론이고 학교행사 보조비나 학생 간식비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교사들이 잘 안다. 학부모들이 스스로 마련해 건네주는 돈이라는 핑계로 슬쩍 넘어가려 한다면 정말 낯뜨거운 일이다.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원외고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학교가 불법 찬조금을 공공연하게 모금하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할 교장들이 거꾸로 묵인,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조금뿐 아니다. 상당수 교장이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게 현실이다. 경찰은 지난주 업자들한테서 금품을 챙긴 전·현직 교장 157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일선 교장들의 각성이 시급하다.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불법 찬조금 등 학교 현장의 문제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이 터질 때마다 학교를 싸고도는 듯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원외고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단체가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니까 뒤늦게 감사에 나섰다.
감사 결과 역시 한심한 수준이다. 폭로 내용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든다. 대학 쪽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빠졌고, 교장에게 건넸다는 돈의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징계도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습이다. 이사장부터 ‘보직해임 요구’란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했고, 수백만원씩 받은 교사들도 경징계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이 정말 교육계 자정과 비리 척결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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