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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5 19:18 수정 : 2010.04.05 22:34

<문화방송> 노조가 어제 공영방송 지키기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걸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김 사장이 사실상 2선으로 퇴진시켰던 황희만 이사를 부사장으로 전격 임명한 조처다. 황씨는 문화방송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전임 엄기영 사장을 따돌리고 이사로 임명함으로써 논란의 중심이 됐던 인물이다. 김 사장은 이런 황씨를 다시 부사장으로 발탁함으로써, 이른바 ‘좌파 세력’을 몰아내겠다는 방문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문화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 한다고 노조가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김 사장은 그나마 노조와 한 약속마저 뒤집었다. 노조는 지난 2월 말 방문진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그를 새 사장으로 뽑자 즉각 출근 저지에 나섰다. 상황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자 김 사장은 황 이사 등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노조와 타협했다. 하지만 이후 김 사장은 이런 타협조차 일방적으로 깨뜨렸다. 그는 지난달 8일 계열사 등에 대한 인사에서 정부 쪽에 밉보인 이들을 대거 몰아낸 데 이어 이번엔 황 이사를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애초 정권이 의도했던 문화방송 접수 시나리오를 한치 어긋남 없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의 이런 행보는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지난달 중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권력층의 문화방송 인사 개입을 시사하는 폭탄발언을 하면서 김 사장은 궁지에 몰렸다. 노조는 물론이고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들까지 김 사장에게 진상을 밝히고 책임질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나아가 김 사장은 김 전 이사장을 고발하겠다고 공언해 놓고도 보름이 넘도록 실제 고발을 미룸으로써 의혹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이런 와중에 단행한 이번 인사는, 김 전 이사장의 발언대로 김 사장이 ‘조인트 까이면서 받았다’는 지시를 따르는 것 아닌가 하는 심증을 굳히게 한다.

김 사장은 파업에 강경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와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누가 누구에게 정면대응하겠다는 것인지 가소롭다. 그가 정면대응할 대상은 조인트 발언을 한 김 전 이사장이거나, 아니면 조인트를 깠다는 ‘큰집’이다. 이들에 맞서지 못한다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자신은 물론 문화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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