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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5 19:19 수정 : 2010.04.05 19:19

어제 아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만나 “우리 경제에 대해 인식을 완전히 공유했다”고 한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와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이 ‘의견 일치’를 본 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로 소임이 다른 두 기관이 이렇게 ‘의기투합’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물론 재정부와 한은이 불협화음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을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자칫 정책 실패를 불러오기도 한다. 경제위기 때는 대응 시기를 놓쳐 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원활한 정책공조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책공조도 상대방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소임을 인정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알다시피 임기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는 성장을 우선시한다. 반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고 가치로 삼는다. 성장과 물가안정은 속성상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쪽이 상대방의 논리에 종속돼 버리면 균형이 깨져 경제 전반이 멍들게 된다.

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의 ‘완전한 인식 공유’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이날 모임은 대등한 관계에서 만났다기보다 한은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할 것임을 약속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보다는 성장에 더 치중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특히 대통령 경제수석까지 지낸 신임 총재가 성장을 중요시하는 정부에 맞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물가안정에 치중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시장에서는 이미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은 물건너갔고, 출구전략도 정부가 원하는 대로 멀찌감치 미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통화정책이 한국은행 판단보다는 정부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한국은행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불행한 일이다. 중앙은행이 제구실을 못하는 나라치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정책공조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진정한 견제와 균형은 ‘완전한 인식 공유’를 넘어 독립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할 때 이뤄진다. 김중수 신임 총재는 전임 이성태 총재가 남긴 ‘화이부동’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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