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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존자 증언 들어도 답답함은 여전하다 |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구조된 장병들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들의 상처와 침통한 모습에선 사고의 충격과 동료를 잃은 아픔이 생생하다. 하지만 사고 발생 열흘 남짓 만에 공개된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어도 의문은 다 풀리지 않고, 답답함은 체증처럼 여전하다.
생존 장병들은 한결같이 사고 당일 천안함이 정상 운항 중이었으며, 사고 발생 때까지 아무런 조짐이나 비상상황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밤 9시22분께 갑자기 ‘꽝’ 소리가 나면서 몸이 위로 솟구치고 배가 90도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런 증언대로라면 그동안 사고 원인과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능성이 배제된다. 암초나 피로파괴 때문이라기엔 그런 갑작스런 충격과 선체 파괴, 소리 등 정황이 맞지 않는 듯하다. 화약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으니 내부 폭발로도 보기 어렵다. 배에 물이 새지도 않았고 선체가 노후한 것도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증언은 그간 군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어뢰나 기뢰 따위 외부 폭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몸이 붕 뜨는 것은 폭발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지만, 어뢰나 기뢰 폭발 때 일어나는 큰 물기둥을 봤다는 증언은 없다. 적어도 70% 이상은 탐지한다는 음파탐지기로도 충격 직전까지 어뢰 소리 등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화약 냄새도 없었고, 충격 직후의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을 봐도 함수와 함미가 분리돼 함미가 침몰하는 동안 연기·화염이나 열은 감지되지 않았다. 북한 잠수정 등의 활동이 포착된 것도 없다. 외부 공격을 의심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증언이나 정황이 없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계됐거나 북한 군부가 돌출행동으로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과 주변의 정세를 분석하고 한·미 양국의 정보를 종합한 결과일 것이다. 결국 침몰 원인이 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섣부른 예단은 피하는 게 옳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 없이 정황과 의심을 내세운다고 해서 국민과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할 리는 없다. 정부와 군은 아직도 남은 여러 의문을 더욱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군 합동조사단 말고 국회 진상조사나 국제적 검증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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