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구체화하는 오바마 핵 구상, 북핵 해결 밑거름 돼야 |
미국이 그제 발표한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핵 없는 세계’ 구상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새로운 미-러 핵무기감축협정 조인에 이어 다음주엔 핵안보정상회의를 이끌 예정이다. 냉전 이후 상황을 반영하는 세계적 규모의 핵 정책 전환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안보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면서 ‘소극적 안전보장’ 정책을 공식화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이 미국을 먼저 공격하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핵 선제공격을 주요한 안보전략의 하나로 삼았던 이전 조지 부시 정부와 대비된다. 보고서는 또 핵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핵무기 보유국 증가 및 핵 테러를 막는 데 둠으로써 효과적인 비확산 체제 구축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런 태도는 러시아 등 기존 핵 강국의 동참을 유도하고 비핵보유국의 핵 개발 시도를 차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정책은 전면적인 핵 선제공격 포기에 유보적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곧 핵무기를 보유하고 비확산 의무를 지키지 않는 나라가 먼저 공격한다면 핵무기를 쓸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전반적인 핵 정책의 예외로 이란과 북한을 상정하고 두 나라를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은…핵무기 또는 재래식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 9·19공동성명 내용과 상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이 핵 개발 노력을 강화할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의 새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북한 핵 문제를 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협상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풀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안을 만들고 대화 동력을 키우는 데는 크게 애쓰지 않았다. 이르면 핵안보정상회의를 전후해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6자회담이 여전히 재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데는 미국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핵 없는 세계는 인류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정책의 닻을 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성과물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에만 해법을 찾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