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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정부는 ‘빚쟁이 나라’ 만들려고 작정했나 |
지난해 22개 공기업의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400조원에 이르는 국가부채의 절반이 넘는다.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다. 공기업 부채도 궁극적으로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우선 부채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말 138조4000억원이던 공기업 부채는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무려 73조3000억원(53%)이 늘어 211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이 정부 말에는 공기업 부채만 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빚쟁이 나라’를 만들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부채비율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132%였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무려 20%포인트가 급증해 지난해 말 152%에 이르렀다. 특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친 엘에이치(LH)공사의 부채비율은 무려 524%로 사실상 부도 상태다. 민간기업이라면 도저히 정상 경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565개 상장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8%포인트 낮아진 95%였다.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고 자랑하던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공기업 부채비율이 이 정도라면 사실상 국가 경영에서 실패한 셈이다.
부채의 성격도 문제다. 이 정부 들어 국가재정을 투입해 시행해야 하는 사업을 관련 공기업에 떠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민적 관심사인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걸 눈가림하기 위해서다. 특히 4대강 사업을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2008년 말 1조9000억원이던 부채가 1년 만에 무려 52.7%가 늘어 3조원에 육박했다.
특수한 공공목적이 있는 공기업에 대해 민간기업처럼 이익만 내라고 할 수는 없다.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를 위해 때로는 빚을 내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빚낸 돈으로 생색만 내다가 정권 임기 끝났다고 가버리면 뒷감당은 누가 하란 말인가. ‘먹튀정권’이 아니라면 해선 안 될 일이다.
공기업 부채를 줄이려면 우선 4대강 사업 등 불요불급한 사업부터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공기업들이 방만한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 등 외부의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강력한 공기업 구조조정이 지속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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