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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9 19:09 수정 : 2010.04.09 19:11

5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온 한명숙 전 총리에게 법원이 어제 무죄를 선고했다. 돈을 줬다는 검찰 주장을 도저히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와 기소였다는 점에선 당연한 귀결이다.

법원은 이번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을 전면 배척했다. 그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일관되지 못해 신빙성이 의심될 뿐 아니라,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궁박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실제 기억과 달리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총리공관 의자에 돈을 놓고 왔다는 주장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허위진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이런 판단은, 돈을 주고받은 듯하지만 달리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한 증거라고는 인정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검찰의 기소가 거짓 진술에 터잡았다는 지적이니, 부실 수사와 기소를 정면으로 질타한 것이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도 분명히 드러냈다. 법원은 곽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심야조사가 진술에 영향을 끼쳐 임의성이 없으며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검사의 강압수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법원이 검찰 수사의 강압성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수사 끝에 나온 진술이고 기소이니 믿을 수 없다는 게 이번 판결의 요지다. 여러모로 검찰의 완벽한 패배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판결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정치적 흠집내기’도 차단했다. 법원은 핵심 쟁점인 5만달러 전달을 인정할 수 없으니 다른 쟁점이나 정황에 대해선 아예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의 골프장 출입 등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일을 정황증거라며 버젓이 내놓은 검찰이나, 이를 통해 한 전 총리의 도덕성과 정치적 이미지에 상처가 날 것이라는 기대를 공공연히 드러냈던 정치꾼들의 계산이 어긋난 셈이다. 정치적인 재판을 법률적으로 풀겠다는 재판부의 이런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검찰은 법원의 이런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법 논리와 사법정의 대신 정치적 계산만 앞세운 억지 기소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판중심주의를 외면하는 밀실수사의 구태나, 정치권력의 이해 대변에 급급한 듯한 비법률적 행태에 대한 강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번 무죄판결로 정치적 표적수사에 대한 불신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판결 바로 전날 검찰이 대놓고 언론에 흘린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 역시 표적수사라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이 사건이라고 해서 검찰 주장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 선고는 이미 내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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