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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멍 뚫린 구제역 방역체계 |
지난 1월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종식된 지 보름 만에 다시 강화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정부 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양쪽 구제역은 감염 경로가 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구제역 발생은 우리의 방역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 게 한다.
두 차례의 구제역 발생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구제역 안전국가가 아니란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국내로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강화도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특히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구제역 경계 단계를 발령할 정도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방역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강화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교통로에서 철저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가축 이동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이동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람의 이동을 최대한 통제하고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해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더불어 강화와 인접한 김포 등의 지역에서도 이미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2002년 두 차례 구제역이 발생한 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부터 한국을 구제역 청정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 들어 두 번 발생한 구제역으로 모든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잘못하면 구제역 상습 발생 국가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구제역 종식을 선언하면서 축산업 면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조해 만들어낸 대책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구제역은 또 가축을 키우는 사람만 잘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방역대책이 필요하다. 공항·항만 등을 통해 언제 바이러스가 유입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구제역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구제역 발생만 탓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구제역 방역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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