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환율 하락에 과민대응 자제해야 |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지속하면서 어제는 19개월 만의 최저인 1114.1원까지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절상 기대감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환율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적잖다.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신중해야 하는 까닭이다.
최근의 환율 하락세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긴 하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올해 환율 수준을 연평균 1100원 선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에는 달러당 1100원 선을 약간 웃돌고 하반기에는 더 낮아져 1050원대 안팎을 예상했다. 세계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세 지속 등으로 달러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최근의 환율 움직임은 이런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중국 위안화 절상 움직임과 그리스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 등으로 지난주 역외시장에서 달러 매도가 대량으로 이뤄지면서 환율 하락세가 다소 가팔라졌다. 결국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하락폭을 다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하락 속도를 늦춘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미세조정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것도 신중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
특히 걱정되는 건 최근 한국은행 총재와 청와대 경제수석이 성장지향적인 인사로 바뀌면서 공격적인 환율정책을 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들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쪽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환율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최중경 신임 경제수석의 경우 무리한 고환율 정책에 따른 책임을 지고 두 차례나 현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경제를 바라보는 이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고환율이 일부 수출대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이르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고환율 정책은 고용과 물가 등 국민경제 전반을 고려할 때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이 환율 하락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외환당국도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