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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보산업 살리려면 토건국가식 행태부터 바꿔야 |
정보기술(IT) 산업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쪽에서 관련 총괄부처 신설 방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보통신부 해체가 사려깊지 못한 일이라고 하더니, 어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정보산업 총괄부처 신설을 제기했다.
이른바 ‘아이폰 충격’을 계기로 대책 모색에 나서는 건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지금은 정보산업을 홀대하다 못해 옥죄는 정책을 바꾸는 게 시급하지 정부 조직 개편을 말할 때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보산업을 얼마나 홀대했고 관련 정책마저 혼선을 빚었는지는 대통령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까지만 해도 ‘정보산업을 키워봐야 일자리만 줄어든다’는 식으로 말하더니, 지난해 2월엔 갑자기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우리는 왜 못 만드냐’고 했다. 또 9월엔 더 나아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아이티의 힘’이라고 했다.
주무 부서인 방통위는 더 한심하다. 방통위가 지난 2년여 동안 열을 올린 건 산업 육성이 아니라 방송을 정부 입맛대로 길들이는 일이었다. 말로는 경쟁력을 갖춘 방송산업의 육성을 강조했으나, 실제 한 일은 <한국방송>에서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고 방송문화진흥회를 앞세워 <문화방송>을 장악하는 일이었다. 또 보수 신문의 방송 진출을 돕기 위해 언론관련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추진했다. 이 와중에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한 정보산업의 도약이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는 실종됐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을 정부 비판 세력의 진원지쯤으로 여기면서, 실명제 확대와 검열 강화 등 인터넷 규제에만 혈안이 됐다. 게다가 공인인증서 의무화 따위의 시대착오적 규제로 스마트폰 중심의 세계 정보산업 흐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정보산업 관련 업무가 나뉘어 있는 데서 오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고 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 총괄부처를 만들어 4대강 사업 하듯 몰아붙이면 정보산업이 살아난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토건국가식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과도한 규제를 풀면서 업계의 활력을 촉진하는 섬세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통부가 없어서 아이폰 같은 제품이 나오지 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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