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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정상회의 의미 반감시키는 북핵 접근 오류 |
워싱턴에서 그제 끝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구상을 진전시킬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북한 핵문제 해결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회의는 핵 테러를 세계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막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47개국이 “앞으로 4년 안에 모든 취약한 핵물질을 안전하게 만든다”는 목표 아래 구체적 조처들을 포함하는 공동성명과 활동계획을 채택한 것은 중요한 성과다. 제대로 이행된다면 핵물질의 비정상적 관리·이동을 막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플루토늄 34t씩을 폐기하는 의정서를 체결하고 우크라이나·캐나다·멕시코 등의 핵물질 포기 선언이 이어진 것도 눈에 띈다.
이번 회의에서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핵보유국과 이란의 핵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특히 북한 핵문제는 철저하게 뒷전으로 밀렸다. 회의를 계기로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다. 미국은 오히려 각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이 바로 그렇다. 오바마 대통령도 대북 제재에만 기대는 듯했다. 이런 태도는 북한의 반발만 불러올 뿐이라는 점에서 잘못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가 2012년에 열기로 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화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려는 관련국들의 적극적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 회의는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기 쉽다. 이 회의를 대북 압박 수단으로 여길 경우에는 더 그럴 것이다. 그때까지 북한 핵문제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이 회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을 대신하지 못한다. 또한 제재와 압박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풀지 못한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협상을 강조하던 애초의 방침을 현실화해야 하고, 우리 정부는 협상이 잘 이뤄지도록 실효성 있는 노력을 펴야 한다. 지금 더 신경 써야 할 일은 핵안보정상회의보다 북한 핵문제임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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