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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4 20:06 수정 : 2010.04.14 20:06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취임 일성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이 회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거액 기부자 자녀에 대한 기여입학제에 찬성하며, 대교협이 최근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무시해도 제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대학입시를 총괄하는 대교협 회장의 발언으론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하다.

이 회장은 열악한 대학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자발적 헌금과 기부금이 확대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앞장서겠다”며 “100억원 정도 기부해 건물을 지어주는 분이 있으면, 그들의 2세나 3세에 대해 정원외 입학을 허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그러나 대교협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이 틈만 나면 기여입학제 허용을 주장해온 점에서 그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정운찬 총리가 사립대의 기여입학제를 용인할 듯한 발언을 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정부 안팎에서 이렇게 주고받으며 여론의 물꼬를 돌린 뒤 단계적 허용으로 몰고가려는 계산된 행동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제외하고 기여입학을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학벌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대학이 부족한 재정을 핑계로 학벌장사를 하다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당장 더 큰 문제는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 관련 발언이다. 이 회장은 “학교 특성에 따라 각종 자격이나 경시대회 성적 같은 것에 가산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걸로 인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능하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은 이런 유의 성적을 입학사정관 전형의 주요자료로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을 주기로 한 대교협의 최근 발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교협이 마련한 기준을 그 회장이 무시하는데 제대로 시행될 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그러잖아도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는 입학사정관 전형제의 정착은 더 어려워지게 된다. 벌써부터 이 전형의 공정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적 책임을 진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언행이 끼칠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 이 회장은 전에도 대학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싸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런 발언을 계속하는 이가 대교협 회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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