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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5 19:11 수정 : 2010.04.15 19:11

하늘은 맑고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성난 파도가 일렁거리던 백령도 앞바다는 오랜만에 잔잔함을 되찾았다. 어제 천안함 함미 인양 작업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강한 남자 포기하지 않는 남자, 꼭 살아 돌아오라” “물속 춥다. 어서 나와 따뜻한 봄햇살 즐겨야지.” 가족과 친구들의 절절한 기도와 응원도 부질없었다. 험난한 바다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살아온 바다 사나이들도 불가항력의 상황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실종자들의 주검이 하나둘 수습되면서 4월의 바다는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천안함 희생자들은 모두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이들이었다. ‘나이 21세, 묵묵히 부사관으로 일하면서도 개인 시간을 쪼개 기술 서적을 보던 성실한 군인….’ 희생자들의 평소 삶의 모습이 전해지면서 가슴은 더욱 먹먹해 온다. 과연 이들에게 국가는 무엇이고, 정부는 무엇인가. 이들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다로 나섰고, 비바람 파도와 맞섰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학업을 잠시 접거나 경제활동을 뒤로 미루고 입대한 젊은이도 많았다. 국가는 마땅히 이들의 헌신에 대해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는 것으로 보답해야 했다. 이들은 결코 차가운 서해 바닷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할 이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국가는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 참사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군과 정부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사랑하는 자식·형제들을 잃어버린 슬픔 속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끝까지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선체 수색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실종자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수색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족의 주검마저 찾지 못하는 것처럼 가슴 아프고 원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난번 구조 중단 요청에 이어 또다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경의의 뜻을 전한다. 정부는 비록 가족들의 뜻이 그렇더라도 실종자들의 주검을 마지막 한사람까지 모두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천안함 함미가 인양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침몰 원인 규명 작업에 쏠린다.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한점 의혹을 남기기 않는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그것만이 산화한 장병의 뜻을 살리고, 남아 있는 유족을 위로하는 길이다. 그러나 군의 태도는 불투명하다. 민간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려 한다. 이번 조사의 관건이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있음을 모를 리 없다. 군사기밀 유출을 내세워 외국 전문가들의 활동에 제동을 걸거나,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참관’ 정도만 허용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군은 참사 초기부터 계속 은폐 의혹을 받아왔다. 주검으로 귀환한 수병들을 두번 죽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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